메뚜기떼와 벼 포기

어느 마을에 부지런한 농부가 벼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메뚜기 떼가 어찌나 극성을 부리는지 벼농사를 도저히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이 농부는 재판장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판하는 날이 되자 메뚜기들이 수없이 몰려와 자기들은 농부의 벼농사를 망쳐 놓지 않았다며 요란스럽게 떠들며 변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메뚜기가 많이 몰려와 떠드는지, 사람들 마저 메뚜기가 오죽 억울하면 저렇게 떼로 몰려와 하소연을 할까 하여 농부를 미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잠자코 침묵만 지키던 농부가 일어나 재판장한테 한 줌의 벼포기를 내놓았습니다.

그 벼포기에는 메뚜기들의 발자취와 이빨자국이 수없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때야 사람들도 농부의 편이 되어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메뚜기들도 그 벼포기를 보고서야 떠들던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