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이 술독 가득히 [동화원고]
맹물이 술독 가득히
옛날 어느 나라에 왕께서 생일을 앞두고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며칠 후 나의 생일에는 개개인이 마련해 오는 선물은 일체 받지 않겠노라. 다만 내가 술을 좋아하니, 한사람이 술을 한 병씩만 가져와 뜰앞에 준비해 놓은 커다란 술독에 붓도록 하라. 그렇게 여러 술을 합쳐서 생일 잔치를 하겠노라."
신하들은 속으로 매우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드디어 왕의 생일날이 되었습니다.
왕이 높은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한 사람씩 신하들이 나와 미리 준비되어 있는 커다란 술독에 술을 붓기 시작했습니다.
열명, 스무 명, 신하들은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왕 앞에 가서 공손히 인사를 올린 후 집에서 준비해 온 술을 술독에 부었습니다.
술독에 술 붓는 일이 끝나자 왕께서는 신하들에게 술잔을 들게 한 후 술독의 술을 바가지로 떠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어서 들도록 하라. 정성들여 마련해 온 술이 합쳐졌으니 매우 맛이 좋을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들도록 하라."
그러나 술독에서 떠온 술은 술이 아니라 맹물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모두들 다른 사라들이 왕의 생일이라고 좋은 술을 가져올테니, 나 한 사람쯤은 술에 맹물을 담아 가도 술맛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조리 맹물을 술에 담아 와 술독에 부은 것이었습니다.
왕은 어쩔 줄 몰라하는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매우 쓸쓸했습니다.
-끝-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