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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으로 쓴 현판 [동화원고]

관리자 | 2009-08-10 | 19023

자랑으로 쓴 현판

 

 

옛날에 청수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었습니다.

 

그 절에는 많은 스님들이 열심히 불도를 닦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스님중에는 젊은 스님이 있었는데 붓글씨를 제법 잘 썼습니다.

 

젊은 스님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나만큼 붓글씨를 잘 쓰는 사람도 드물거야. 내가 큰 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 화선지에 쓱 한번 쓰면 나도 반할 지경이란 말야.'

 

젊은 스님은 마침내 이 절내에서는 자기만큼 붓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이 스님이 법당 앞을 지나다가 법당 정면에 걸려있는 현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법당의 현판 글씨는 너무 오래되어 글씨가 흐려지고 먹물이 벗겨져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젊은 스님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 이 현판의 글씨를 내가 다시 써야겠다. 그렇게 하면 얼마나 훌륭할까? 모든 사람들이 내 글씨를 우러러보며 탄복할 게  아냐?'

 

젊은 스님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주지스님한테로 갔습니다.

 

"주지 스님, 저 법당 정면에 걸려있는 현판의 글씨가 말이 아닙니다. 제가 다시 저 현판의 글씨를 쓰고 싶습니다."

 

"뭐라고?"

 

주지 스님은 기가 막혀서 한동안 젊은 스님을 명하니 내려다 보았습니다.

 

"허허....,물론 자네 글씨 잘 쓴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저 현판의 글씨를 쓴 분이 누군지나 아나?"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글씨가 형편 없다면 뭘 합니까?"

 

"이봐, 젊은이 글씨는 눈으로 봐서 잘썼다 잘못썼다고 하는게 아니네. 진실로 마음이 바로고 아름다우며 정직한 사람이 쓴 글씨라야 훌륭한 글씨가 되는 법이네. 저 현판의 글씨는 옛날에 아주 훌륭하신 큰 스님이 쓰신 글씨라네. 그런데 자네가 함부로 다시 쓰겠다니 당치도 않은 소리야."

 

"주지스님 제가 저 훌륭하신 스님의 글씨를 아주 떼 버리고 새로 쓰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워지고 흐려진 곳만 다시 보기 좋게 해놓자는 것입니다."

 

주지 스님도 이 말에는 거절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지 스님은 마침내 허락하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스님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아주 새로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젊은 스님이 법당의 현판 글씨를 쓴다는 소문이 곧 절내에 펴졌습니다.

 

많은 스님들이 얼마나 잘 쓰나 싶어 모여들어 지켜보았습니다.

 

젊은 스님은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먹물을 듬뿍 먹인 다음 희미해진 현판글씨 위에 쓰다듬듯이 능숙한 솜씨로 써 갔습니다.

 

드디어 현판에 글씨를 다 썼습니다.

 

먼저 쓴 스님의 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하여 새로 쓴 현판의 글씨는 다시 제자리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동료 스님들도

 

"참 훌륭하군!"

 

"역시 잘 썼어!"

 

하고 감탄하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모여들더니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번쩍하며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귀를 두들겼습니다.

 

청수사의 스님들은 모두 법당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폭풍우가 멎도록 예불을 올렸습니다.

 

이윽고 폭풍우가 멎고 언제 그랬냐 싶게 하늘에는 또 다시 햇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들은 절내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심한 폭풍우에도 나무 끝하나, 문한짝, 건물한 군데도 부서지거나 떨어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 폭풍우에도 모든게 말짱하니 이상하다."

 

"그러게, 거 참 이상하군."

 

스님들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때, 어느 스님이 소리쳤습니다.

 

"저것 좀 보게"

 

스님들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써 놓았던 현판의 글씨가 깨끗이 지워져 있지 뭡니까.

 

먼저 있던 희미한 글씨만 남아 있었습니다.

 

스님들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은 마음속으로 깨달았습니다.

 

젊은 스님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후 글씨를 잘 쓴다고 자랑하던 젊은 스님은 청수사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떠났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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