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아저씨, 왜 우셔요? [동화원고]
허수아비 아저씨, 왜 우셔요?
쟁반같이 둥근 한가위 보름달이 떴습니다.
들녘엔 풍년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달도 밝구나. 하수아비 아저씨 한테 놀러나 가볼까?"
통통하게 살이 찐 메뚜기가 무섭게 고개를 숙인 벼이삭 위를 팔짝 팔짝 뛰어 갔습니다.
들쥐도 허수아비 아저씨 집에 놀러 갔습니다.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는 풍년을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허수아비 아저씨 안녕하세요"
"올해도 허수아비 아저씨 덕분에 풍년이 들었군요."
들쥐와 메뚜기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허수아비 아저씨는 웬일인지 말이 없었습니다.
"허수아비 아저씨 왜 그러셔요."
"아니, 허수아비 아저씨 왜 우셔요?"
"휴 나도 이제 쓸모 없는 것이 되었나보다 어서 이 들녘을 떠나야지."
"그럼 말썽꾸러기 참새떼는 누가 말리나요?"
"바로 그 참새떼들 때문이란다. 그들도 본래는 그리 못된 놈들이 아니엇지. 옛날엔 내 말을 잘들었는데, 그땐 나도 참새도, 그리고 너희들 메뚜기, 들쥐 모두가 이 들녘의 정다운 식구들이었는데 그런데 요즘은 그놈들이 너무 똑똑해 지고 못된 버릇만 늘었어. 그 뿐인가, 아예 나를 마구 노려대기까지해. 아까는
'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멍청이 허수아비야 우리는 네가 하나도 무섭지 않단 말이야'
하면서 내 얼굴까지 콕콕 쪼는거야"
허수아비 아저씨는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러자, 이제까지 그들을 내려다 보던 달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허수아비 아저씨,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마세요. 오늘밤 참새들의 가슴 속에 사랑의 빛을 심어 줄테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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