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꾸러기 할머니 [동화원고]
욕심꾸러기 할머니
옛날 석존이 사위국에 있는 절 기원정사에 계실 때, 한 노파가 술이 가득 든 술통을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길가의 달콤한 과실을 수없이 따 먹으며 걸었는데 한참 지나자 몹시 목이 말라 근처에 있는 집 우물가에 가서 젊은 부인으로부터 한잔의 물을 얻어 마셨더랬어요.
그 물은 지금까지 먹은 과실의 단 맛이 아직 입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물 맛도 꿀맛처럼 달아서, 노파는 감격하여
"아! 정말 맛있군! 부인, 내가 메고 있는 술통의 술과 이 물을 바꾸지 않겠습니까?"
하자, 젊은 색시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럽시다."
하고 물을 퍼주는 거예요.
노파는 술통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짊어지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즉시 달콤하리라고 믿은 물을 마셔 보았지만, 달기는 커녕 밍밍한 싱거운 맹물이 아니겠어요.
노파는 자신의 혓바닥이 어떻게 된게 아닌가 의심하며 몇 번이나 물맛을 봤지만 마찬가지였으므로, 친척들과 아는 사람들을 불러 마셔 보게 했는데, 누구하나 맛있다는 사람은 없고
"할머니, 이런 불결한 물을 마시면 몸에 해로와요. 대관절 이 물은 어디서 가져 왔지요?"
하고 비웃는 것이었습니다.
이쯤 되고서야, 노파는 비로소 달콤한 과실을 먹은 직 후에 물을 마셨기 때문에 그 단맛이 물맛으로 착각됐음을 깨닫고, 값진 술을 맹물 대신 주고 온 것을 몹시 후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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